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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민 <더 그레이트 비트코인> 책 읽기
블랙록, 래리핑크의 변심
비트코인은 국가 화폐의 영향으로부터 독립된 국제적인 자산이다.
Instead of investing in gold as a hedge against inflation, a hedge against the onerous problems of any one country, or the devaluation of your currency whatever country you're in - let's be clear, bitcoin is an international asset, its not based on any one currency and so it can represent an asset that people can play as an alternative
(p396)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CEO 래리핑크가 2023년 7월에 한 말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비트코인은 자금세탁의 지표이고 불법적인 활동에 최적화되어 있다라고 주장해 오던 사람의 갑작스런 변신이었다. (p402) 물론 비트코인은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금융시스템 바깥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테러단체와 협력국가들이 이들에 대한 미국 주도의 금융봉쇄를 우회하는 수단일 수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글로벌 차원에서 유의미한 거래에 사용되기 위해서는 자신을 노출할 수밖에 없다. 이런 속성을 이용해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면 국제적인 자산이라는 비트코인의 속성이 미국정부에는 비교적 덜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 이유는 미국은 자본의 활동이 가장 자유로운 국가 중 하나이고, 달러에 대한 다른 국가들의 환율조작에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으며, 미국의 금융기업들이 비트코인을 주도함으로써 세계 금융질서에서 미국이 계속 주도적 위치를 점할 수도 잇기 때문이다.
우르라이나가 증명한 비트코인
(p403) 지난 10년동안 비트코인은 특수한 상황에서 항상 그 쓸모를 인정받으며 성장했다. 키프로스 은행 지급 불능, 그리스 국가 부도 위기, 브렉시트, 짐바브웨의 통화위기, 베네수엘라 위기, 인도의 화폐개혁에 따른 혼란이 비트코인 수요를 자극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후로 비트코인이 국제정치 키워드가 되어 버렸다. 래리핑크 회장의 생각이 2023년이 되어 정말로 갑자기 바뀌었다면 아마도 2022년 우크라이나에서 비트코인이 사용되는 것을 보고 나서였을 가능성이 크다.
2022년 초, 러시아 중앙은행은 비트코인을 당장 금지해야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그런데 중앙은행 보고서가 나온 지 일주일 뒤에 푸틴대통령은 각료회의에서 러시아가 비트코인 채굴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후 러시아 재무장관은 앞으로 비트코인과 암호화폐를 규제의 틀 안에서 양성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단 2주 만에 이렇게 변화한 이유는 바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하자 미국은 러시아가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러시아 금융기관이 SWIFT 코드에 접근할 수 없게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스위프트 코드는 금융기관들 사이의 통신 프로토콜이다.
비트코인이 자신의 내재가치를 세상에 보여주었다.
Bitcon demostrates its intrinsic value to the world (Forbes, 2022. 3. 1)
포브스는 2023년 3월 1일 자 기사에서 비트코인이 자신의 내재가치를 세상에 보여주었다는 자극적인 제목을 뽑았다. 기사는 당시 네 가지 사건을 들어 비트코인이 자신을 증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첫째, 캐나다 정부가 백신반대 시위대에 대한 후원계좌를 동결한 사건이다. 둘째, 우크라이나에서 폴란드로 국경을 넘는 피난민들이 비트코인을 소지했고, 실제로 우크라이나를 돕는 후원금이 비트코인과 암호화폐로 쇄도한 것이다. 셋째, 놀랍지도 않지만 서방의 금융제재를 받게 될 푸틴체제의 러시아에서도 비트코인이 금융통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여겨지는 점이다. 넷째로 값어치가 종이보다 빨리 떨어지고 있는 튀르키예의 리라화를 들 수 있다. (p405) 즉, 이 특성은 비트코인이 지정학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때부터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을 국가 안보 전략 차원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